티스토리 뷰

Dori's Life/ 과제물

158.2-159.11

Jun27 2011. 5. 16. 10:07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가 세일러복을 입는 것은 내가 조깅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단지 나는 그처럼 별나지 않아서, 조깅만으로 충분했을 뿐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정도로는 아무런 자극을 받지 못해 자신을 지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변화를 주기 위해 세일러복을 골랐다. 세일러복을 입는 것도 조깅을 하는 것도 시들어버린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다른 일로 눈을 돌려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나도 히이라키도 이 2개월이 지나, 지금껏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것은 잃어버리게 된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싸우는 표정이었다. 문득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고는 갑자기 고독이 엄습해오는 어둠 속에 서 있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러한 얼굴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 밖에서 먹고 오게 되면 집에 전화할게. 아, 히이라키는? 집에서 먹지 않아도 되는 거야?’
내가 일어서려 하자 히이라키가,
‘ 아참, 그렇지. 오늘은 아버지가 출장 이셨어.’
라고 한다.
‘어머니 혼자 계시겠네. 그럼 집에 가는 게 어때?’
‘아니야, 1인분만 배달시켜 놓으면 돼. 아직 이르니까 아무것도 안 만들었을 거야. 값은 내가 미리 내고,  갑작스럽게 저녁밥은 아들이 쏘는 거야.’
‘ 꽤 귀여운 계획이네.’ 라 말하자,
‘힘이 나시겠지?’
기쁜 듯이 히이라키는 웃었다. 이럴 때 소년은, 어른스러운 평소 때와 달리 원래 나이에 맞는 얼굴을 한다.
어느 겨울 날, 히토시가 말했다.
‘ 히이라키라는 동생이 있어.’
그가 동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회색 빛 하늘 아래 두 사람은 학교 뒤편에 있는 긴 돌 계단을 내려 갔다. 코트 속으로 손을 넣고, 하얀 입김을 내며 히토시는 말했다.
‘왠지 나 보다 더 어른이야.’
‘어른이야?’
나는 웃었다.   

'Dori's Life >  과제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1.6 - 162.11  (0) 2011.05.16
159.12-161.5  (0) 2011.05.16
156.15-158.1  (8) 2011.05.16
155.12-156.14  (1) 2011.05.16
154.8-155.11  (0) 2011.05.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