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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리를 건너야겠네.”
라고 말한 뒤, 나는 잠시 침묵했다. 다리 근처에서 만난 우라라라는 사람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 후에도 매일 아침 조깅을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히이라기가
“아, 물론 돌아갈 때는 바래다 줄게” 라며 큰소리로 말했다. 내 침묵을 멀리까지 발걸음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라고 해석한 모양이었다.
“아냐 괜찮아. 아직 이른 시간인데 뭐.”
라며 다급히 말하는 한편, 이번에는 마음 속으로만 ‘다, 닮았어’ 하고 생각했다. 흉내를 낼 필요도 없을 만큼 좀 전의 행동은 히토시와 비슷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결코 자신의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반사적으로 친절한 말을 입에 담고 마는 이 냉정함과 솔직함에 나는 언제나 투명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것은 투명한 감격이었다. 그 감각을 나는 지금 생생하게 떠올리고 말았다. 그리웠다. 괴로웠다.
“요전번에 아침에 조깅하고 있을 때, 다리 근처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거든. 그 때 일이 생각났던 것뿐이야.”
걸어가면서 내가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라니 남자?” 히이라기가 웃었다. “새벽에 조깅하기 겁나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자. 왠지 잊혀지지 않는 여자였어.”
“흐응…또 만나면 좋겠네.”
“응.”
그래, 나는 왠지 무척이나 우라라가 보고 싶었다.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도 보고 싶었다. 그런 표정 – 나는 그 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방금 전까지 부드럽게 웃고 있었으면서, 혼자 남자 그녀는 마치 ‘인간으로 변한 악마가 문득 더 이상 아무것에도 마음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조금 잊기 힘들다. 나는 이 괴로움도 슬픔도 그녀의 그것에는 전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아직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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