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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s Life/ 과제물

159.12-161.5

Jun27 2011. 5. 16. 10:07
"뭐랄까, 배짱이 두둑하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가족들 앞에서는 이상하게 애처럼 굴어서 웃겨. 어제 아버지께서 유리에 손을 약간 베이셨는데 말야, 진심으로 흐느끼면서 우는데 그 우는 모양새가 참 대단했거든. 천지가 떠나갈 것처럼. 너무 뜻밖이었던 일이라 지금 생각났어."
"몇 살인데?"
"음, 열 다섯살인가."
"히토시랑 닮았어? 보고싶네."
"그런데, 그 녀석 완전 딴 판이라서 말야. 형제라고 생각 못 할 정도로. 만나면 어쩐지 나까지 싫어할 것 같아. 아, 그 녀석 이상해."
형 다운, 매우 형 다운 얼굴로 히토시가 말했다.
"그럼, 남동생이 이상한 것 정도로 사랑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세월이 흐르면 만나게 해 줄거야?"
"아냐. 농담이야. 괜찮아. 분명 친해질 거야. 너도 별난 구석이 있고, 히이라기는 착한 사람한테는 괜찮은 애니까."
"착한 사람?"
"그래 그래."
히토시는 옆 얼굴을 보인 채로 웃었다. 그럴 때는 언제나 수줍어했다.
계단이 너무 가파라서 왠지 부랴부랴 발이 빨라졌다. 하얀 학교 건물의 유리창에 저물기 시작한 한 겨울의 하늘이 투명하게 비치고 있다. 한 단 한 단 내딛는 검은 구두와 니삭스, 내 교복 치맛단이 기억난다.
밖에는 봄 내음 가득한 밤이 찾아왔다.
히이라기의 세라복이 코트로 감추어져서 나는 조금 안심했다. 백화점 창문의 불빛이 길을 밝게 비추고,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하얗게 빛나 보인다. 바람은 달콤한 향기를 머금고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도 아직 차가워서, 나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다.
"그 튀김집, 우리 집 바로 근처라서 조금 걸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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