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まだ

 

[154.8-155.11]

 

히토시에게는 매우 특이한 남동생이 있었다.그 생각하는 방식도, 매사에 대응하는 방식도 약간씩 미묘했다.마치 다른 세상에서 자라 철이 든 순간 이 세상에 추방되어, 저는 여기서 살아가겠습니다, 한듯한 삶의 태도라고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생각했다. 이름은 히라기 라고 한다. 죽은 히토시의 친동생으로, 올해 19살이 되었다.

약속 장소인 백화점 4층 커피숍에 하교길의 히라기는 세일러복 차림으로 왔다.

나는 사실은 정말로 창피했지만, 그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가게로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않은 체를 했다. 내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기다렸어?” 라고 숨을 몰아쉬며 말하고,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환하게 웃었다. 그가 주문을 하자, 웨이트리스는 그를 빤히 위아래로 훑어보고, 신기하다는 듯이 네, 하고 말했다.

얼굴은 별로 닮지 않았지만, 히라기의 손가락이나, 언뜻 보이는 표정의 변화에, 자주 나의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윽” 하고 나는, 그럴 때, 일부러 소리를 내서 말했다.

“왜?” 하고 컵을 한손에 들고있던 히라기가 나를 쳐다본다.

“다,닮았다.”라고 내가 말한다. 그러면 그는 언제나 “히토시 따라하기”라고 말하며 히토시 흉내를 냈다. 그리고는 둘이서 웃었다. 그렇게 둘은 마음의 상처를 농담으로 얼버무리는 것 외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155.12-156.14]

나는 애인을 잃었지만 히라기는 형과 애인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그와 동갑내기 애인 유미코는 테니스를 잘치는, 키가 작은 이쁜 아이였다. 우리 넷은 나이가 비슷해서 친했고 함께 자주 어울리곤 했다. 히토시 집에 놀러가면 히라기와 함께 있던 유미코와 넷이서 밤새 게임을 한 적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날 밤, 히토시는 놀러왔던 유미코를 외출하는 김에 차로 역까지 데려다주다가 사고를 당했다. 상대방 과실이었다. 그러나 둘 다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조깅 계속하고 있어?”

히라기가 물었다.

“응”

“그런 것 치곤 살이 찐 것 같아

“낮에는 빈둥빈둥거리니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야위기 시작했다.

“운동한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야. 맞다. 정말 맛있는 튀김덮밥집이 근처에 생겼거든. 칼로리도 높아. 먹으러 가자 지금. 바로.”

그가 말했다. 히토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지만 좋은 가정교에서 오는, 꾸밈 없는 친절함이 둘다 몸에 베어있었다. 마치 방울을 손수건으로 살포시 감싸는 듯한 친절함이었다.

 

[156.15-158.1]

 

", 그게 좋겠다."

 히라기가 지금 입고 있는 세일러복은, 유미코의 유품이다.

  그녀가 죽은 뒤로, 그는 학교에 교복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는데도 그 옷을 입고서 등교하고 있다.

유미코는 교복을 좋아했다. 그런 짓을 해봤자 유미코는 기뻐하지 않을거라고, 양쪽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치마를 입는 남자를 말리셨다. 그러나 히라기는 웃기만 하고 한귀로 흘려들었다.내가 그 당시 위로가 받고 싶어서 입는거야? 라고 묻자, 그런거 아냐.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물건은 물건이지.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이 차분해져. 그가 덧붙였다.

 "너 언제까지 그걸 입을꺼야?"

내가 묻자

"몰라"

라고 대답하며,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다들 별말 안해? 학교에서 나쁜 소문이 도는거 아니지?"

", 그게 말이지."

 "동정표가 엄청 많아져서, 여자애들한테도 인기가 좋아. 치마를 입으면 역시 여자 아이의 기분을 이해할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런걸까."

"그렇다면 다행이네"

내가 웃었다. 창문 너머의 플로어를 보니 쇼핑객들이 즐거운 듯 떠들썩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고 있다.

 

봄옷들이 환한 조명을 받으며 진열되어 있는 해질 무렵의 백화점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인다.

 

[158.2-159.11]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가 세일러복을 입는 것은 내가 조깅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단지 나는 그처럼 별나지 않아서, 조깅만으로도 충분했을 뿐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정도로는 너무 약해서 자신을 지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변화를 주기 위해 세일러복을 고른 것이다. 세일러복을 입는 것도 조깅을 하는 것도 시들어버린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일로 눈을 돌려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나도 히라기도 이 2개월이 지나, 지금껏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것은 잃어버리게 된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싸우는 표정이었다. 문득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고는 갑자기 고독이 엄습해오는 어둠 속에 서 있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러한 얼굴이 되어 버리는 거싱었다.

“저녁 같이 먹을거면 집에 전화할게. , 히라기는? 집에서 먹지 않아도 되는거야?”

내가 일어서려 하자 히라기가,

“아참, 그렇지. 오늘은 아버지가 출장을 가셨어.”

라고 한다.

“어머니 혼자 계시겠네. 그럼 집에 가는 게 어때?”

“아니야, 1인분만 배달시켜 놓으면 돼. 아직 이르니까 저녁 준비 안하셨을거야. 돈은 내가 미리 내고, 생각지도 못하게 저녁밥은 아들이 쏘는거야. 어때?”

“꽤 귀여운 계획이네.”라 말하자,

“힘이 나시겠지?”

기쁜 듯이 히라기는 웃었다. 이럴 때 소년은, 어른스러운 평소 때와 달리 원래 나이에 맞는 얼굴을 한다.

어느 겨울 날, 히토시는 말했다.

“히라기라는 동생이 있어.”

그가 동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구름이 잔뜩 낀 회색 빛 하늘 아래 두 사람은 학교 뒤편에 있는 긴 돌 계단을 내려 갔다. 코트 속으로 손을 넣고, 하얀 입김을 내며 히토시는 말했다.

“왠지 나 보다 더 어른이야.”

“어른이야?”

내가 웃었다.

 

[159.12-161.5]

 

"뭐랄까, 배짱이 두둑하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가족들 일이랑 관련되면 이상하게 애처럼 굴어서 웃겨. 어제 아버지께서 유리에 손을 약간 베이셨는데 말야, 완전 당황해하는데 그 당황하는 모양새가 참 대단했거든. 천지가 떠나갈 것처럼. 너무 뜻밖이었던 일이라 지금 생각났어."
"
몇 살인데?"
"
, 열 다섯살인가."
"
히토시랑 닮았어? 보고싶네."
"
그런데, 그 녀석 완전 딴 판이라서 말야. 형제라고 생각 못 할 정도로. 만나면 어쩐지 네가 나까지 싫어할 것 같아. , 역시 그 녀석 이상해."
형 다운, 매우 형 다운 얼굴로 히토시가 말했다.
"
그럼, 남동생이 이상한 것 정도로 사랑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세월이 흐르면 만나게 해 줄거야?"
"
아냐. 농담이야. 괜찮아. 분명 친해질 거야. 너도 별난 구석이 있고, 히라기는 착한 사람을 잘 알아보니까."
"
착한 사람?"
"
그래 그래."
히토시는 옆 얼굴을 보인 채로 웃었다. 그럴 때는 언제나 수줍어했다.
계단이 너무 가파라서 왠지 부랴부랴 발이 빨라졌다. 하얀 학교 건물의 유리창에 저물기 시작한 한 겨울의 하늘이 투명하게 비치고 있다. 한 단 한 단 내딛는 내 검은 구두와 니삭스, 교복의 치맛단이 기억난다.
밖에는 봄 내음 가득한 밤이 찾아왔다.
히라기의 세라복이 코트로 감추어져서 나는 조금 안심했다. 백화점 창문의 불빛이 길을 밝게 비추고,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하얗게 빛나 보인다. 바람은 달콤한 향기를 머금고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도 아직 차가워서, 나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다.
"
그 튀김집, 우리 집 근처라서 조금 걸어야 돼요."

 

[161.6 - 162.11]

“그럼 다리를 건너야겠네.”

라고 말한 뒤, 나는 잠시 침묵했다. 다리 근처에서 만난 우라라라는 사람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 후에도 매일 아침 조깅을 하러 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히라기가

“아, 물론 돌아갈 때는 바래다 줄게라며 큰소리로 말했다. 내 침묵을 멀리까지 발걸음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라고 해석한 모양이었다.

“아냐 괜찮아. 아직 이른 시간인데 뭐.”

 라며 다급히 말하는 한편, 이번에는 마음 속으로만, 닮았어하고 생각했다. 흉내를 낼 필요도 없을 만큼 좀 전의 행동은 히토시와 비슷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친절한 말을 입에 담고 마는 이 냉정함과 솔직함에 나는 언제나 투명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것은 투명한 감격이었다. 그 감각을 나는 지금 생생하게 떠올리고 말았다. 그리웠다. 괴로웠다.

 요전번에 아침에 조깅하고 있을 때, 다리 근처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거든. 그 때 일이 생각났던 것뿐이야.”

걸어가면서 내가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라니 남자?” 히라기가 웃었다. “새벽에 조깅하기 겁나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자. 왠지 잊혀지지 않는 여자였어.”

“흐응…또 만나면 좋겠네.”

“응.”

그래, 나는 왠지 무척이나 우라라가 보고 싶었다.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도 보고 싶었다. 그런 표정나는 그 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방금 전까지 부드럽게 웃고 있었으면서, 혼자 남자 그녀는 마치인간으로 변한 악마가 문득 더 이상 아무것에도 마음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듯한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조금 잊기 힘들다. 나는 이 괴로움도 슬픔도 그녀의 그것에는 전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아직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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